얼마 전 동네 대형 쇼핑몰에 들렀다. 주말인데도 한산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공간이 텅 빈 느낌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층을 올라가면서 보니, 한때 줄을 서야 했던 유명 커피숍 앞에는 직원들만 서성이고 있었다. 2층 패션 매장들은 반짝 세일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변화는 비단 우리 동네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전국 주요 쇼핑몰의 방문객 수가 2019년 대비 평균 30%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입지가 흔들린 것이다. 특히 패션·잡화 매장의 공실률이 높아졌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2023년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쇼핑몰 내 패션 매장 공실률은 2019년 5%에서 2023년 18%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지방 중소 도시의 쇼핑몰은 상황이 더 심각해서, 어떤 곳은 전체 매장의 40%가 비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소비 패턴의 근본적 변화가 있다. 모바일 게임에 빠져 지내는 나조차도 옷이나 전자기기는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배송이 빠르고 가격 비교도 쉬우니까.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연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27조 원으로, 2019년 대비 80% 증가했다. 특히 배달 앱과 새벽 배송 서비스의 확대로 식품·생필품 구매도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나도 최근에는 게임 아이템뿐 아니라 생수와 휴지까지도 정기 배송으로 받아보고 있다. 이런 편리함을 경험하면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이유가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전문 자문이 필요하다면 쇼핑몰 같은 곳을 참고하면 좋다. 다만 쇼핑몰 업계는 단순히 침체만 있는 건 아니다. 일부 복합 쇼핑몰은 식당·영화관·체험 공간을 확대하며 오락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에 대규모 실내 놀이공원을 조성해 가족 단위 고객을 끌어모은다. 이 외에도 스타필드 하남은 대형 서점과 키즈 카페, 수영장까지 갖춰 쇼핑과 놀이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전략 덕분에 일부 쇼핑몰은 오히려 방문객이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새로운 트렌드로는 팝업스토어와 체험형 매장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한정판 상품을 파는 팝업스토어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오프라인 매장의 활력을 되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서울 홍대에 문을 연 한 스니커즈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는 오픈 첫날부터 3시간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경험하고 인증하는’ 소비 욕구를 반영한다. 실제로 SNS에는 팝업스토어 인증샷이 넘쳐나고, 이는 자연스러운 마케팅 효과를 낳는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는 데이터와 기술의 결합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스마트 미러를 도입해 가상 피팅을 제공하거나, 비콘을 활용해 고객 동선을 분석하고 맞춤형 쿠폰을 발송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신세계백화점은 AI 기반 추천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휴대폰으로 개인화된 상품 정보를 보내준다. 이런 기술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며 쇼핑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결국 오프라인 쇼핑몰은 단순한 물건 판매 공간에서 벗어나 ‘경험’을 파는 장소로 진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도 게임 속 아이템을 사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는 않지만, 친구들과 함께 갈 만한 복합 공간이 있다면 기꺼이 발걸음을 할 의향이 있다. 예를 들어, 보드게임 카페와 수제 맥주 바, 그리고 북스토어가 결합된 공간이 있다면 나는 친구들과 그곳에서 몇 시간을 보낼 것이다. 앞으로 쇼핑몰이 어떻게 변모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단순한 상거래를 넘어 문화와 여가의 중심지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마치 게임 속 퀘스트를 완료하는 것처럼 재미있을 것이다.